0회차 : 영화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신우혁 씀
이미지가 도처에 널린 시대
영화란 도대체가 무엇일까요? 매체에 관심이 쏠린 오늘날의 상황을 고려하면, 누군가는 그게 무엇이었는지 묻는 게 오늘날 더 관심을 끄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합니다(『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 세기의 아이들을 위한 반영화입문』을 인용한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영화와 사진이 발명되었던 19세기 말에 비하면, 이미지들은 오늘날 그야말로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며, 이것들과 현대인의 삶을 떼놓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익숙해져서 잊었을 수도 있지만,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스크린이 띄우는 것은 모두 전자 신호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들’입니다. 그러나 개인이 이러한 이미지를 보고, 심지어 손쉽게 만들고 유통하는 시대가 오게 된 것은 아주 가까운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이야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도 모두 디지털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것은 굉장히 실험적인 일이었습니다(아주 국지적인 사례이지만, 그럼에도 예를 들자면, 2000년에 처음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1회 슬로건은 “대안, 독립, 디지털”이었습니다.)
필름=영화=사진?
영화를 지칭하는 말 중에 ‘필름’이 오랫동안 사용된 이유는 그것이 정말로 ‘셀룰로이드 필름에 새겨져 영사되는’ 무언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뿐만이 아니라 컴퓨터, TV, 비디오 등등 전자 매체들의 등장, 영화와 다른 예술 간의 관계가 어떻게 이미지를 둘러싼 상황을 바꿔 놓았는지 고려해야 하죠.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첫 문단에서 저는 영화란 무엇인지 물으며 다음 문장에서 ‘영화와 사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19세기 '발명품'들의 부산물, 더 정확히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저장한 뒤에 재생할 수 있는 기계가 탄생한 뒤로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보고, 파악하며, 이해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둘은 필름이라는 물질을 공유하지만, 전자는 움직이고, 후자는 움직이지 않는 매체입니다. 때문에 '영화의 바깥'이라는 우리의 논의를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이 둘의 관계를 이런 이분법으로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간단하게는 각각 영화와 사진이 촬영되는 과정, 보는 환경의 차이에서부터, 복잡하게는 언어(서사)와의 관계, 시각 외 감각의 개입 등을 떠올릴 수 있겠네요. 이처럼 영화와 사진의 관계는 촬영된 필름의 움직임 여부보다 더욱 복잡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움직임' 역시 둘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영화와 사진의 간극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방파제(La Jetée)>(크리스 마르케(Chris Marker), 1962)와 같은 실험영화가 있습니다(참고로 이 영화는 추후에 <12 몽키즈>(테리 길리엄(Terry Gilliam), 1995)의 원작이 됩니다).
영화로 인해 우리의 감각도 변했다
이러한 관계가 말해주는 것은 시간과 공간, 세계와 주체/객체, 이데올로기, 언어 등등과 같은 더 넓은 차원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각’이 변화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고려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설치작품과 영상 전시를 의미하는 (말 그대로는 ‘움직이는 이미지’라는 뜻이지만) 무빙 이미지부터, 일반적인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SNS에 올라오는 필터 먹은 셀카들, 각종 챌린지가 난무하는 숏폼 플랫폼, AI 이미지, VR이 모두 우리의 고려 대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미지와 영화를 다룬 여러 연구를 소개하며,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보고자 합니다. 이 고민거리들을 보기 위해 ‘영화’라고 하면 부수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의 신체는 어떻게 변하는가?’ 혹은 ‘영화관에서 우리는 최면에 걸리는가?’ 따위의 질문입니다.
여기 올라오게 될 글들은 생각보다 영화가 아닌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제 글을 읽고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걸 왜 다뤄?’라는 의문이 든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여러 영화를 소개하겠지만, 그건 마중물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다루려는 여러 시도에서 영화라는, 그러니까 예전에는 비교적 엄격했던 형식들로 출발한 매체/예술이 '도대체 왜 다시 생각되고, 그러한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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